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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 9개월” from 〈크레이지 엑스 걸프렌드〉 점점 “놀면서 본 영화”라는 이름에서 주제가 벗어나고 있다. 그래도 어쩔 수 없지, 뭐. 최근에 끝낸 로마 유적 다큐멘터리에서 폼페이를 잿더미에 묻혀 멸망하게 만든 베수비어스산의 화산 폭발을 제법 자세히 다뤘는데 거기에 임신 상태로 발견된 유골을 소개하는 장면이 있었다. 그 희생자는 임신 7개월 임산부였는데, 근처에 조그만 유골(아기)이 함께 발견되었다. 예전 같으면 이걸 그냥 원문대로 한국어자막에도 “임신 7개월”로 썼을 텐데, 그냥 갑자기 ‘크엑걸’에서 헤더가 외치던 “9달 임신”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그리고 궁금해졌다. 왜 미국인의 임신은 9개월이고, 한국인의 임신은 10개월일까? 처음에는 어쭙잖은 지식으로, 우리는 마지막 월경 기준으로 임신 기간을 재니까, 뭔가 태어나자마자 1살이 되는 것과 비..
“신부학교?” from 〈크레이지 엑스 걸프렌드〉 오늘 성당에서 열리는 결혼식에 다녀왔는데, 늦게 도착해서 들어갔더니 한창 미사가 진행 중이었다. 일행에게 “앞에 신부 있는 거 맞죠?” 물었더니, “네, 그런데 신부가 총 4명이에요.”라는 대답이 돌아와서 키득키득 웃었다. 〈크레이지 엑스 걸프렌드〉에도 딱 이런 말장난이 되게 자주 나온다. “priest school(신학교, 신부학교)”을 빠르게 말해서 상대가 “preschool(유치원)”으로 알아듣고 되묻는 장면인데, 한국어에서는 이걸 그대로 살릴 수는 없고 대신 bride(결혼하는 신부)와 priest(가톨릭 신부)를 이용해 말장난을 하게 되는데, 맥락에 따라 대사 가공이 살짝 까다롭다. ”말장난” 하니까 비슷한 예시가 하나 더 떠오른다. 〈보잭홀스맨〉에 극중 8-90년대에 유행했던, 말(Horse)..
“데이트가 그 데이트 맞아요?” from 〈크레이지 엑스 걸프렌드〉 S2E05 오늘은 (사실 좀 전에 어제가 되었지만) 아까 산책하면서 다른 걸 올릴 계획이었는데, 일기 쓰면서 보다 괜히 이 장면이 마음에 들어서 그냥 마음을 바꿨다. 삑! 맥락 타임🕰 레베카가 발렌시아랑 화해하고 싶어서 대럴에게 우연히 들은 일명 샌가브리엘 밸리의 ‘버닝맨’이라는 행사 ‘일렉트릭 메사’에 어찌어찌 발렌시아를 데려가는데, 와이조-대럴 커플과 레베카-발렌시아 장면을 교차해 보여 주며 이야기가 전개된다. 온통 젊은이들 천지인 행사에서 자기 혼자 수상한 중년 같은 기분이라 울적해하던 대럴은 와이조와 인사한 머리가 하얗게 샌 중년 남자를 보고 반가움을 느낀다. 하지만 이내 그 남자가 와이조와 사귀던(데이트하던) 사이였음을 알아채는 장면이다. I mean, when you say “dating” you mea..
“자니?” from 〈크레이지 엑스 걸프렌드〉 S1E18 모순적이게도 이걸 시작할 즈음부터 계속 일이 있어서 엄밀히는 “일 없을 때” 본 게 아니게 되었지만, 인생이라는 게 다 그런 거지, 뭐. ’크엑걸’ 7번째 보기에 돌입했는데, 오늘 넷플릭스가 10월에 가족 요금제를 없앨 거라는 기사를 대강 헤드라인만 봤다. 지금 동생이랑 같이 쓰고 있는데, 추후에 분리하게 되면 아마 가끔 한 달씩 몰아 보는 식으로 구독하지 않을까 싶다. 구독제라는 게 좀 묘한 게, 어느 순간 내가 쓰지도 않는 데 매달 꾸준히 돈을 내고 있다는 걸 의식하면 이후부터는 되게 낭비처럼 느껴져서 결국 끊게 되는 것 같다. 최근에는 잘 쓰던 애플뮤직을 끊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내가 ‘크엑걸’ OST만 셔플 재생하고 있는 걸 깨달은 게 가장 크다. 잘 쓰든 안 쓰든 계속 돈을 내는 건 유튜브랑 전..
“작작해” from 〈컵헤드 쇼!〉 S1E06 영어 동사 중에는 특히 전치사 하나로 뜻이 달라지는 표현이 많은데(일명 구동사라고 불린다), 이걸 잘 쓰면 말이 좀 덜 거창해져서 올해는 좀 전략적으로 익혀 보겠다고 다짐했는데 벌써 올해도 절반을 향해 달려가는 중이다. 삑! 맥락타임🕰 무서운 영화를 보고 나온 컵헤드, 머그맨 형제는 인제 겁이 없어진 것 같다며 “귀신 같은 게 어디 있어?” 외치며 호기롭게 공동묘지를 지나는 지름길로 가 보기로 한다. 그리고 거기에서 형제들을 호시탐탐 노리는 귀신들을 만나게 되는데… - Oof! 놀랐지! - Knock it off. 작작해. We got a real problem here. 일이 좀 꼬였네. Knock it off는 “그만 좀 해.” 같은 뜻인데(stop it), 이 단어를 검색해 보면 친한 사이에만 쓰라..
“무대 공포증이 심해” from 〈컵헤드 쇼!〉 S1E05 어제까지 마감 하나 끝내고 오늘까지 일하면 우울해질 것 같아서 하루 쉬었다. 청소도 좀 하고 맛있는 것도 먹고 노곤노곤하게 졸면서 오랜만에 넷플릭스에서 신규 업로드작을 보았다. 〈컵헤드 쇼!〉라는 복고풍 만화인데, 개별 회차간 연결성은 떨어지지만 대신 특유의 음울한 분위기와 호시탐탐 시민들의 영혼을 노리는 악마라는 설정이 배경처럼 깔려 있다. 아직 특별한 매력을 발견하지는 못했는데, 그냥 분위기가 좋아서 생각없이 보는 중이다. 맥락 타임🕰 이 만화에는 컵헤드와 머그맨 형제가 등장하는데, 누가 형이고 누가 동생인지는 모르겠다. 그냥 대강 봤을 때는 컵헤드가 형인 것 같다. 컵헤드가 ‘주사위를 굴려라’라는 이름의 퀴즈쇼에 나와서 머그맨을 지인찬스로 부르는 장면이다. My brother, Mugman, is ..
“크기가 똑같은 숟가락” from 〈크레이지 엑스 걸프렌드〉 S3E07 오늘은 이 드라마에서 가장 좋아하는 대사를 다뤄 볼까 한다(아직 이번 주 마감이 줄줄이 남아 있어서 당분간은 계속 ‘크엑걸’ 재탕이 이어질 예정). 원래는 폴라가 변호사를 준비하면서 자기는 “넌 커서 애나 줄줄이 낳지, 큰일은 못해.” 이런 얘기를 들으며 자라서 자신에 대한 믿음이 없었다는 말을 하는 장면 가지고 breeder와 leader의 운율을 번역으로 어떻게 살릴 것인가 고민해 보려고 했는데, 아직 ‘크엑걸’ 전체 회차 및 대사가 머릿속에 제대로 이식이 안 돼서 회차가 선명하게 기억나지 않길래 못지 않게 좋아하는 다른 회차를 골랐다(모든 장면과 대사가 세세하게 떠오를 때까지 혹은 그 과정이 질려서 그만 보고 싶어질 때까지 계속 볼 예정). 삑! 맥락 타임🕰 레베카는 상담 숙제로 “뭐든 너무 열성적..
“지금의 나를 만든 선택” from 〈크레이지 엑스 걸프렌드〉 S4E01 홍진경 씨가 출연하는 유튜브 콘텐츠 〈공부왕 찐천재〉를 가끔 보는데, 그가 회식 때 딸이 더는 책을 좋아하지 않게 된 게 너무 아쉽다면서 덧붙인 설명이 뭉클하게 마음에 남아서 요즘도 가끔 곱씹어 본다. “삶은 선택의 연속이고, 글을 읽으면 무조건 더 나은 선택을 하게 해 준다.”는 말이었다. 무조건 책으로 한정할 게 아니라, 뭐든 읽고 듣고 이야기를 접하고 내면화하는 과정에서 길러지는 내 생각의 힘은 결국 아무도 침범할 수 없는 것 같다. 어제 로고 이미지를 ‘놀면서 본 “영화”’로 만든 이후로, 뭔가 영화를 다뤄야 할 것 같았는데, 당분간 영화는 일하면서 계속 봐야 하고 여러 보안 문제가 있어서 아무래도 내가 자기 전에 일기쓰면서 맨날 보는 이 드라마를 당분간은 더 울궈먹어야 할 것 같다. 맥락 설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