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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의 미묘

“자니?” from 〈크레이지 엑스 걸프렌드〉 S1E18

모순적이게도 이걸 시작할 즈음부터 계속 일이 있어서 엄밀히는 “일 없을 때” 본 게 아니게 되었지만, 인생이라는 게 다 그런 거지, 뭐.

’크엑걸’ 7번째 보기에 돌입했는데, 오늘 넷플릭스가 10월에 가족 요금제를 없앨 거라는 기사를 대강 헤드라인만 봤다. 지금 동생이랑 같이 쓰고 있는데, 추후에 분리하게 되면 아마 가끔 한 달씩 몰아 보는 식으로 구독하지 않을까 싶다. 구독제라는 게 좀 묘한 게, 어느 순간 내가 쓰지도 않는 데 매달 꾸준히 돈을 내고 있다는 걸 의식하면 이후부터는 되게 낭비처럼 느껴져서 결국 끊게 되는 것 같다. 최근에는 잘 쓰던 애플뮤직을 끊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내가 ‘크엑걸’ OST만 셔플 재생하고 있는 걸 깨달은 게 가장 크다. 잘 쓰든 안 쓰든 계속 돈을 내는 건 유튜브랑 전기가오리 정도인 것 같다. 아무튼 오늘의 장면은…

삑! 맥락 타임🕰
이건 맥락이 따로 필요 없는 그냥 헤더-레베카 대화 장면이라서 바로 대사로 넘어가기로 한다.

You need to realize
이걸 알아야 돼요.

맞춤법 검사하면 “해요”로 바꾸라고 나와서 매번 고민하게 되는 표현이다.

that ”You up” is text for ”Are you horny?”
‘자니?’는
‘나랑 같이 잘래?’라는 뜻이에요.

한국어 문화권의 “자니?”가 영어로는 깨어 있냐는 뜻인 “You up?”인 게 뭔가 재밌다. 처음에는 살짝 구구절절하게 “‘자니?’라고 문자 보내는 건” 뭐 이런 문장을 생각했는데, 어차피 한국어 문화에서 ‘자니?’가 은유하는 바가 ‘You up?’과 거의 동일한 것 같아 그냥 다 생략해도 괜찮을 것 같다.

”Are you horny?”는 이 상황에서 직역하면 좀 어색할 것 같고, 오히려 그래서 더 다양한 표현이 가능한 자리인데, 여러 저급한 표현이 잠시 머릿속을 스쳐갔지만(?) 그냥 “자다”로 같이 라임을 맞추는 정도로만 해도 괜찮을 것 같다.

빨리 마감 끝내고 (일이 아닌) 새 영화나 새 드라마 좀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