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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의 미묘

“나도 하나 인정하지” from 〈파친코〉 S1E02

7월에는 더위 때문인지 유독 블로그 기록이 뜸했다. 이 카테고리 포스트도 올리려고 대사 캡처만 해 두고 미루다가 오랜만에 쓰려니 감회가 새롭다.

애플 기기를 구입해서 3달인가 애플티비 무료 구독을 시작했는데, 어느 덧 2주도 안 남았고, 가장 먼저 보려고 했던 〈파친코〉를 오늘에서야 겨우 시작했다. 다음주에 작업 예정인 다큐 좀 미리 봐 두고, 며칠 전략적으로 애플티비 작품 집중 공략을 해 볼 계획이다.

삑! 맥락 타임🕰
오늘의 대사는, 선자의 손자 솔로몬이랑 직장 상사인 미국인 남자 둘 사이의 대화에서 가져왔는데, 캡처 두 장이 서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상사에게 예전 신입 때 자신을 혼냈던 얘기를 꺼내자, 잘 기억이 나지 않는지 당시의 상황을 이리저리 물으며 대화를 이어가고, 솔로몬에게 어쩐지 마음이 열린 상사가 자신의 사적인 이야기를 털어놓는 대목이다.

- Yeah, I deserve it.
- Oh, good on you to admit it.
- 네, 혼날 만했죠.
- 인정하다니 멋진데?

I admit. I used to do a lot of that talk myself.
나도 하나 인정하지.
그런 평가질 예전엔 나도 많이 했어.

이 대화에서는 admit(인정하다)이랑, 캡처에는 안 나오지만 That’s the past tense I hear(시제가 과거형이로군?)을 서로 주거니 받거니하며 말맛을 살려서, 번역 자막도 원문에 맞춰 운율을 맞춰 주면 좀 더 유려하게 재미있는 자막이 된다.

뭐, 물론 딱히 이런 걸 잘 맞춘다고 누가 알아주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나 같은 작업자들에게는 이런 재미가 이 일을 좀 더 오래 지속하는 힘이 돼 주는 것 같다.

여기서도(1989년) 어느 하버드 출신이, 미국에서 학교 어디 다녔나는 질문에 ‘케임브리지’라고 에둘러 답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문득 케임브리지랑 보스턴이랑 둘 다 메사추세츠주에 자리한 시(city)인데 어떻게 하버드대는 보스턴시에 있으면서 케임브리지시에도 동시에 있을 수 있는 거지? 하는 의문이 들어서 좀 찾아봤다. 그랬더니 엄밀히 따지면 하버드대는 행정 구역상 케임브리지시에 있고, 이 케임브리지시가 넓게 보면 보스턴시 권역에 속해서 하버드생들이 둘 다 섞어서 쓰는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