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은 마침 제목이랑 딱 어울리게 지금 밥 먹으면서(놀면서) 영화를 보다가 갑자기 꽂혀서(?) 여기 올리려고 캡처한 장면이다.
‘브나나’의 제이크로 더 유명한 앤디 샘버그는 나도 모르게 계속 드라마 속 캐릭터를 연상하게 되는지, 주연 영화에서는 뭔가 좀 더 무겁고 진중한 편이다(제이크가 지나치게 깨발랄한 캐릭터라서 더 비교가 되는 면도 있겠지마는).
예전에 라시다 존스(이 이름을 너무 오랜만에 떠올려 봐서 얼굴만 떠오르고 이름이 생각 안 나서 한참을 퀸시 존스 딸이니까 일단 존스인데… 하다가 결국 검색했다. 머리에 기름칠 좀 열심히 합시다ㅜㅜ)와 함께 나온 영화 〈Celeste & Jesse Forever〉를 보고도 비슷한 생각을 한 기억이 있는데 이 영화는 뭐, 당연히 제목이 안 떠올라서(라시다 존스도 까먹었는데 영화가 기억날 리가ㅜㅜ) 검색해 봤더니 웨이브에 〈러브, 비하인드〉라는 제목으로 올라와 있다. 딱 그런(?) 얘기라서 잘 지은 제목 같다.
https://youtu.be/gw9wE1nutc4
〈러브, 비하인드〉 도입부에 이 곡이 꽤 오래 울려퍼지는데, 나도 20대 초반에 듣던 노래라서 지금 들어도 뭔가 있지도 않은 묘한 향수가 피어오른다.
그럼 다시 〈팜 스프링스〉로 돌아와서, 오늘 소개할 대사는 극중에서 딱히 중요하지도 않고, 심지어 대사 처리도 흐물흐물 넘어가는데(딱딱 씹어가며 말할 수 없는 대사라서), 나는 영상자막에서 이런 대사가 제일 까다롭다고 생각하고 솔직히는 이런 대사를 가장 좋아하는 편이라 가장 신경 쓴다. 근데 공 들여도 딱히 티가 안 나는 장면일 때가 많다.
맥락 타임🕰
친구 결혼식에 참석하러 온 커플. 남자는 알코올 중독 수준으로 술을 마셔대다가 피로연? 아무튼 다 같이 둘러 앉아 덕담을 주고받는 자리에서 발언권이 결혼식 당사자인 신부의 자매(언니?)에게 돌아간 시점에 남자가 갑자기 자기가 한마디하겠다면서 술김에 의외로 제법 멋진 말을 들려 주고, 신부의 자매는 그전까지 뭔가 스트레스로 술을 잔뜩 마시고 있다가 남자가 자기 대신 자리를 채워 말을 해 주니까 다행히 한숨 돌린다. 이후 다들 춤추는 파티 뒤켠에서 둘은 다시 마주친다. 그리고 나이 지긋한 하객이 남자에게 다가와 아까 그 축사가 정말 좋았다고 말하는 장면이다.

Dear, I have been to more weddings in my life than you can’t imagine.
자네는 내가 살면서 결혼식을
얼마나 많이 다녔는지 모르겠네만

- It might be surprise…
- And I have to say…
- 딱 봐도 알겠는데요…
- 이 말은 꼭 해야겠네
다른 사람 자막이 어쨌다 저쨌다 말하는 취미는 없는데, 넷플릭스에 올라온 버전에 영자막이 없어서 한국어 자막 캡처를 쓰느라 본의 아니게 좀 비교를 하는 모양새가 될 것 같다.
이 장면에서 “It might be surprise…”가 내가 말한 딱히 중요하지도 않고 말도 흐리는데 말장난이 가미돼 있어서 내가 주로 열심히 보는 대목인데, 이 대사가 정확히 맞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냥 대충 듣고 문법에 맞춰 썼음(?).
앞선 대사에서, 직역하면 “내가 결혼식을 얼마나 많이 다녔는지 짐작도 못 할걸?” 이런 말에 대고, 이분이 누가 봐도 나이 지긋한 어른이니까(이런 톤&매너를 맞추려고 dear 같은 호칭도 곁들임), “의외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죠…(=웬만하면 그냥 딱 봐도 알 것 같은데)” 대충 이런 흐름인데, 이렇게 하면 스토리라인에서 딱히 되게 중요하지도 않은 장면의 대사가 매우 장황해진다.
그래서 그냥 말을 꼬지 않고, “딱 봐도 알겠는데요…” 정도로 해도 어감이 제법 살지 않을까 한다. 위 캡처에서 ‘총각’도 엄청 재밌는 번역이다. 베끼면 안 되니까 다른 말 중에 또 뭐가 좋을까 고민하다가 ‘자네’를 골랐는데, 나는 이 말이 왠지 좋다. 가끔 밖에서 나이 지긋한 어른들한테 들을 때도 있고, 나랑 세 바퀴 띠동갑인 큰이모가 나를 부를 때 가끔 ‘자네’라고 하는데, 할머니, 할아버지가 다 나 어릴 적 돌아가셔서 주변에 이만큼 나이 차이 나는 어른이 없어서 그런가 왠지 정감 있고 참 좋다.
이제 밥 먹으면서 〈팜 스프링스〉마저 봐야지. 이 영화 지금은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는데 한국어 자막이 재밌고 신경 써서 옮긴 티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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